1. 수베로의 역할은 무엇인가?
한화 이글스의 감독인 카를로스 수베로의 김범수 혹사가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김성근 전 감독의 혹사를 경험해본 한화 이글스 팬들이 카를로스 수베로를 쉴드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카를로스 수베로는 정민철 단장이 한화 이글스의 리빌딩과 선수 육성에 방점을 두고 데려온 감독입니다. 정민철 단장은 수베로 감독의 선임과 함께 베테랑들의 대대적인 정리에 나섰습니다. 김태균은 은퇴했습니다. 그리고 타율과 출루율이 팀에서 가장 좋았던 이용규를 전격적으로 방출했습니다. 계약이 남아있던 이성열은 방출당하지 않았지만, 고과 1등인 이용규가 방출당하는 마당에 최진행과 송광민이 버틸 재간이 없었습니다. 단장의 의지로 어린 야수들의 플레이 타임을 확보한 것입니다. 어린 선수들의 플레이 타임 확보는 좋은 의도이지만, 이는 독으로 돌아올 수도 있습니다. 1군에서 뛸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선수들이 갑작스럽게 1군 경기를 뛰게 되면 자신감을 상실하여 동기부여가 약해질 수 있습니다. 임종찬은 강제적으로 115 타석의 기회를 받게 되었는데 결국 팬들에게 욕만 잔뜩 먹고 2군으로 내려가게 되었고 지금은 멕시코에서 열리고 있는 U-23 야구 월드컵에 출전 중입니다. 결국 유망주들이 2군에서 레디되는 동안 그 갭을 줄여줄 '스탑 갭' 선수는 필요합니다. 최진행, 송광민, 이성열과는 달리 이용규는 이러한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입니다. 하지만 트레이드 파동 때 찍힌 미운털 덕에 키움으로 옮겨가야 했습니다. 결국 이러한 스탑 갭 역할을 정진호에게 맡겼는데, 정진호는 자기 앞가림하기도 바쁜 선수입니다.
21 임종찬 .154 / .228 / .231 / 스탯티즈 wrc+ 20.4 sWAR -0.83
21 이용규 .290 / .390 / .357 / 스탯티즈 wrc+ 105.5. sWAR 2.13
아무튼 한화 이글스의 타선은 대폭 물갈이가 되었습니다. 성과도 있었습니다. 저는 수베로가 야수 분야에서는 괜찮은 감독으로 인정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도 주전이었던 하주석과 정은원은 좋은 성적을 보여주고 있고, 박고 키우던 노시환이 .272 / .388 / .477 / 스탯티즈 wrc+ 131.4 / 16 홈런으로 알을 깨고 나왔습니다. 결국엔 무한 경쟁 중인 외야가 문제인데, 수베로는 외야수로 김태연을 기용하고 있지만 김태연은 전문 외야수가 아니라 불안불안합니다. 군 전역한 이원석도 중견수 주전이 되기 위해 분투하고 있는데, 수비는 흠 잡을 곳이 없는 선수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장운호나 장지승이 1군에서 뛸만한 실링이 있는 선수들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기회를 줄 거면 장지승한테 주는 것이 나아보입니다. 장지승은 올해 퓨처스 리그 45 경기에서 7 홈런, 장타율 .519를 기록하며 일발 장타가 있는 선수라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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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미친듯이 굴렸던 강재민, 미친듯이 굴리는 김범수
하지만 수베로에 대해 의문인 것은 불펜 운용입니다. 수베로는 오늘 인터뷰에서 자신의 인스타그램 DM으로 한화 팬들이 이기지 말고 지라고 하는데, 너무 화가 난다고 밝혔습니다. 팬들은 덕수고의 역대 최강의 고등학교 2학년 학생 심준석을 내년 드래프트에서 지명해야 하기 때문에 탱킹을 하라는 소리인데, 수베로는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입니다. 프로야구 감독이 경기를 이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좋습니다. 또한 가진 자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도 맞습니다. 수베로의 팬들의 도를 넘은 DM에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을 비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기려고 강재민과 김범수를 굴리는 것은 마땅히 비판받아야 합니다. 강재민은 이번 시즌 전반기에만 43.1 이닝을 던졌고 이기는 상황뿐 아니라 지는 상황에서도 따라잡기 위한 감독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등판해야 했습니다. 결국 올림픽 브레이크 이후에 성적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고 후반기 13 이닝에서 7 자책점을 내주며 후반기 평균자책점이 4.85입니다.
강재민의 구위가 급락하자 수베로는 변화구 제구가 되기 시작한 좌완 파이어볼러 김범수를 노예로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김범수는 현재 54 경기에 등판하여 69.2 이닝을 던지고 있고 평균자책점은 5.04입니다. 후반기 시작 이후 8월부터의 등판일지를 보면 놀라운데, 김범수는 후반기에 21 경기에 출장하여 24.1 이닝을 던지고 있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1 이닝 이상 던진 멀티 이닝 경기가 24 경기 중 7 경기 입니다. 2 이닝 이상 던진 경기도 있는데, 8월 25일 키움과의 고척 원정 경기와 8월 29일 엔씨와의 대전 홈 경기에서 각각 2 이닝씩 던졌습니다. 키움 전에서는 홀드를 기록했고, 엔씨전에서는 승리 투수가 되었는데, 접전 상황에서 피로가 가중되는 것을 생각해보면 아무리 봐도 수베로가 제정신은 아닌 것 같습니다.
3. 방향성이 리빌딩이면 수베로 손발을 묶어라
이렇게 보면 수베로의 승리에 대한 의지는 아주 강력해보입니다. 기아 타이거즈의 맷 윌리엄스 역시 뚜껑을 열고보니 매경기 총력전을 펼치는 감독이었는데, 수베로 역시 불펜 에이스를 죽어라 굴리는 투수 기용을 보면 올드스쿨들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결국 수베로를 데려온 정민철 단장이 손을 써서 수베로의 투수 혹사를 막아야 합니다. 한화 이글스가 야수 리빌딩을 마친 이후 내년이나 내후년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소모품인 불펜들을 최대한 온전한 상태로 유지시켜 놓아야 합니다. 10위 기록하는 것이 오히려 좋은 시즌에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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