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의 외야수 민병헌이 결국 은퇴를 선택했습니다. 1987년생인 민병헌은 두산 베어스에서 데뷔하여 2017년 4년 80억 원 FA 대박을 터뜨리며 롯데 자이언츠로 이적했습니다. 통산 성적은 1438 경기에서 타율 .295, 출루율 .362, 장타율 .426, 214개 2루타, 24개 3루타, 99 개의 홈런을 기록했고 도루는 187 개를 기록했습니다. 민병헌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2015년 프리미어 12, 2017년 WBC, 2019년 프리미어 12에도 국가대표로 선발되며 우타가 부족한 국가대표 외야진의 한 축을 담당해 주었습니다.
지난 시즌 스탯티즈 wrc+ 50.8을 기록하며 갑작스러운 부진을 보였던 민병헌은 뇌 수술을 받으며 건강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고, 올해 역시 별다른 반등 없이 결국 은퇴를 선언하게 되었습니다.
1. 두산 베어스 전설의 2006년 드래프트 출신 민병헌
두산 베어스는 200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 라운드에서 덕수고 외야수 민병헌, 6 라운드에서 광주 동성고 내야수 최주환, 8 라운드에서 광주 진흥고 포수 양의지를 선발합니다. 그리고 신고 선수로 신일고 외야수 김현수를 영입하면서 두산의 향후 10년 주축 선수를 여기서 모두 선발하게 됩니다. 민병헌은 외야수임에도 불구하고 2차 2라운드로 선발되었는데 이미 스카우트들에게 컨택과 주루 툴은 입단 전부터 인정받았습니다.
두산의 감독이었던 김경문은 그가 데뷔하자마자 대주자 요원으로 1군에서 사용합니다. 2006년 민병헌은 80 경기에 출전하며 64 타석만을 소화했지만 17 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며 대주자, 대수비 요원으로서의 가치를 인정 받습니다. 이듬 해인 2007년에는 119 경기에 출전하여 .244 / .308 / .332에 30 개의 도루를 기록합니다. 경찰청 입대 전까지는 타격에서 별다른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는데, 김경문의 이러한 민병헌 기용은 민병헌이 9 년의 FA 연한을 채우는데 엄청 도움이 됩니다. 민병헌의 통산 wrc+가 110.9로 외야수로서 아쉬운 이유도 김경문이 민병헌에게 기회를 과도하게 많이 줬기 때문입니다.
두산의 이러한 쌕쌕이 외야수 발굴은 나중에도 계속됩니다. 56억 원의 사나이 정수빈도 민병헌과 같은 롤로 1군에서 쓰이기 시작했고, 대졸인 조수행도 같은 이유로 1 라운드에서 얼리 픽을 행사했습니다.
2. 경찰청 제대 이후 폭발한 민병헌
동기 양의지가 경찰청 제대 이후 주전 포수에 20 홈런을 치는 공격형 포수가 되었는데, 민병헌도 경찰청 제대 이후 완전히 주전으로 자리잡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2013년 성적은 .319 / .387 / .480에 스탯티즈 wrc+는 131.7이었습니다. 중견수 백업이 가능하고, 코너 외야 수비를 잘하는 민병헌이 타격에서도 올스타급의 성적을 보여주기 시작한 것입니다. 민병헌의 타격 자세가 기마자세로 자세를 낮추고 타격하는 모습이 송지만이나 이택근을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 있었는데, 송지만만큼의 장타력은 아니었고 이택근 수준의 타격 생산력을 보여줍니다. 물론 타격에 있어서는 이택근이 반 급에서 한 급 위의 선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이택근 전성기 5년 성적
2006 현대 .322 / .396 / .446 / wrc+ 147.1
2007 현대 .313 / .382 / .427 / wrc+ 129.2
2008 히어로즈 .317 / .398 / .470 / wrc+ 143.0 (베이징 올림픽 선발)
2009 히어로즈 .311 / .408 / .467 / wrc+ 129.1
2010 LG .303 / .377 / .484 / wrc+ 125.7 (91경기 출장)
● 민병헌 전성기 5년 성적
2013 두산 .319 / .387 / .480 / wrc+ 131.7
2014 두산 .345 / .395 / .500 / wrc+ 130.3
2015 두산 .303 / .373 / .426 / wrc+ 112.3
2016 두산 .325 / .396 / .495 / wrc+ 129.5
2017 두산 .304 / .389 / .445 / wrc+ 122.7
3. 롯데로의 FA 이적
민병헌은 2017년 시즌 이후 FA 자격을 취득합니다. 사실 민병헌이 롯데에서 4년 80억 원의 계약을 따낸 것은 행운이 겹친 일이었습니다.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은 강민호는 모두가 롯데 자이언츠에 잔류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강민호는 정말로 뜬금 없이 삼성 라이온즈로 4년 80억 원에 이적하였고, 이윤원 단장을 비롯한 당시 프런트는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하여 두산과의 협상이 결렬되었다는 소식이 나온 민병헌을 4년 80억 원에 전격적으로 영입합니다.
두산 베어스는 민병헌이나 볼티모어에서 한국 복귀를 타진하고 있던 김현수와 딱히 계약을 맺고 싶어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2018년 시즌 중 군대에서 복귀하는 정수빈이 있었고, 2017년 커리어 하이를 기록한 김재환*(MVP 시즌인 2018년보다 2017년 시즌 성적이 더 좋습니다.)과 풀타임 중견수로 뛰면서 스탯티즈 WAR 6.8을 기록한 박건우가 있었습니다. 그래도 풀타임 경험이 없는 정진호와 국해성 등을 믿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민병헌의 빈자리를 지명타자 용병인 닉 에반스를 떠나보내고 지미 파레디스로 대체하게 됩니다. 파레디스가 71 타석에서 .138 / .197 / .246으로 폭망하자 류현진의 동료로 인지도가 있었던 앤디 반 슬라이크의 아들 스캇 반 슬라이크를 데려오는데, 반 슬라이크 역시 44 타석에서 .128 / .205 / .231로 폭망합니다.
두산은 2018년 144 경기에서 93 승에 .646이라는 엄청난 승률을 올리지만(00현대 .695/08SK .659) 결국 한국시리즈에서 SK 포비아를 이겨내지 못하고 무너집니다. 어우두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는데, 민병헌이 있었으면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박건우는 이 시리즈에서 24 타수 1 안타라는 처참한 성적을 기록했고 팀의 마지막 타자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민병헌은 2018년에는 연평균 20억 원을 받는 선수의 성적으로는 모자란 성적을 기록합니다. .318 / .374 / .481로 클래식 스탯은 괜찮아 보이지만, 2018년이 미친 탱탱볼 시대라 스탯티즈 wrc+는 113.1로 다소 아쉬운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2019년에는 시즌 초반 SK 박민호에게 사구를 맞아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304 / .380 / .453를 기록하며 좋은 성적을 보여줍니다. 이 시즌은 공인구 교체로 타자들의 기세가 조금 누그러지기 시작한 시즌이었습니다. 그래서 스탯티즈 wrc+는 133.0으로 커리어 하이를 기록합니다. 아쉽게도 부상 여파로 규정 타석은 채우지 못했습니다.
4. 엄청난 부진의 시작과 은퇴
민병헌은 2020년 시즌 시작과 함께 엄청난 부진에 시달리게 됩니다. 새로 감독에 취임한 허문회 전 감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병헌을 상동에 보내지 않았습니다. 7월 달에 민병헌이 자청해서 2군에 가겠다고 했는데, 허문회 전 감독은 받아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때 타율이 2할 3푼대였습니다. 시즌 성적은 .233 / .291 / .291에 스탯티즈 wrc+는 50.8로 전년도보다 반토막이 더 낫습니다. 먹튀 소리를 들어도 할말 없는 성적이었습니다.
시즌 후에 민병헌은 수술을 받는데, 놀라운 것은 허리 부상에 관한 수술이 아니라 뇌동맥류 수술이었다는 것입니다. 가족력이 있다고 하는데, 결국 이것이 그의 커리어를 끝내게 했습니다. 아마도 이 혈관 문제 때문에 타석에서도 제대로 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허문회는 1군에서 부진한 주전 선수를 절대로 말소시키지 않았는데, 그래서 1군 선수들은 허문회를 좋아했습니다. 지시완이나 추재현과 같은 선수들은 허문회를 어떻게 생각했을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1군 선수들 입장에서는 최고의 감독입니다. 만약 2020년 연봉이 12억 5천만 원이었던 민병헌을 상동에 보낸다고 생각해 봅시다. 프로야구 선수는 연봉을 10달에 나누어 받기 때문에 민병헌의 월급은 1억 2500만 원입니다. 그리고 5천만 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선수가 2군에 가는 순간 월급은 반토막이 납니다. 말소 최소 기간인 열흘만 2군에 있는다고 하더라도 순식간에 2083만원이 날아갑니다. 전준우, 손아섭, 이대호, 안치홍 모두 고액 연봉자들인데 역시 민병헌과 마찬가지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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