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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이야기

감독은 야구 경기의 승패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

 

 

 

1. 조 토레의 사례

 

 1995, 시즌을 2027패라는 부진한 성적으로 시작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당시 감독이었던 조 토레(Joe Torre)를 경질하는 결단을 내립니다. 조 토레는 선수로서도 훌륭한 포수였고, 1971년에는 내셔널리그 MVP를 수상한 적이 있습니다. 이후 뉴욕 메츠의 감독을 거쳐 친정 팀이었던 애틀란타 브레이브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감독직을 수행하지만, 그의 성적은 신통치 않았습니다. 결국 조 토레는 세인트루이스에서 351354패라는 5할에 미치지 못하는 승률을 기록하고 경질되고 말았습니다.

 

 당시 뉴욕 양키스는 벅 쇼월터(Buck Showalter)가 감독으로 있었습니다. 양키스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1981년 이후 14년 동안 포스트 시즌 경험을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쇼월터는 그랬던 팀을 ALDS에 진출시켰습니다. 하지만 그가 믿었던 클로저인 존 위틀랜드(John Wetteland)의 부진으로 ALDS에서 패배하고 말았습니다. 이에 양키스의 구단주 조지 스타인브레너(George Steinbrenner)는 쇼월터가 첫 번째 재계약 제안을 거부하자마자 새로운 감독으로 조 토레를 임명합니다.

 

 결론적으로 조 토레는 양키스의 감독으로 재임하였던 10 시즌 동안 모두 팀을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키는 결과를 얻어냅니다. 1996, 1998, 1999, 2000년에는 뉴욕 양키스를 월드 시리즈 챔피언으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조 토레의 휘하에서 주전으로 발돋움한 데릭 지터, 앤디 페티트, 호르헤 포사다, 마리아노 리베라는 양키스의 코어4(core4)로 불리며 양키스의 비상을 이끌었습니다. 하지만 양키스의 이러한 대성공에 조 토레의 지분은 얼마나 되는 것일까요?

 

 

2. 감독이 게임에 미치는 영향력

 

 혹자들은 게임은 선수들이 이기는 것이고, 감독은 게임을 패배하게 한다.’는 말로 감독의 역할을 폄하합니다. 감독이 선수 구성에 끼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인 것이 사실입니다. 감독의 역량이 보이는 부분은 한 점을 쥐어짜는 상황에서 나타납니다. 하지만 한 점을 쥐어짜기 위한 도루, 희생번트 등의 지시가 과연 팀의 승리에 도움이 될까요? 2004년 데릭 지터는 23홈런과 .292의 타율, .352의 출루율, .471의 장타율을 기록했습니다. 지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23번의 희생번트를 기록했습니다. 만약 이 23번의 희생번트를 지터가 공격했으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요? 지터의 타율과 출루율 장타율을 대입한다면 아마도 6개의 안타를 때렸을 것이고, 6개의 안타에는 1개 이상의 홈런이 있었을 것입니다. 감독의 개입이 결코 팀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였다고 볼 수 없는 대목입니다.

 

 

3. 피타고리안 승률과 감독의 영향력

 

 피타고리안 승률은 세이버매트릭스의 아버지 빌 제임스가 고안한 개념입니다. 팀의 득점과 실점으로 기대 승률을 구하는 것입니다. 2018년 한화 이글스의 피타고리안 승률은 .479로 10개 구단 중 8위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승률은 .535로 3위를 기록하며 포스트 시즌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만약 2018년의 한화 이글스의 기대 승률과 실제 승률의 차이와 같이, 실제 승률이 기대 승률보다 높은 것이 몇 시즌 동안 지속해서 유지가 된다면, 그것이 바로 감독의 능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세이버매트리션들이 분석 결과, 이러한 갭이 지속적으로 나타난 케이스는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러한 피타고리안 승률과 실제 승률 사이의 갭은 플루크라는 것입니다.

 

 

4. 결론

 

 결국 야구는 선수가 합니다. 얼마나 훌륭한 선수들을 팀에 모아놓고 있는지가 승리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감독의 게임 상의 개입 역시 무시를 할 수는 없습니다. 감독이 선수들의 플레이타임을 조절하는 것이 승패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가령 예전 롯데 자이언츠에서 뛰었던 이우민(개명 전 이승화) 코치 같은 경우, KBO 1군에서 좋은 타격 생산성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강병철, 로이스터, 양승호 등의 감독들은 그에게 과도한 플레이타임을 부여하였고, 이는 결론적으로 팀의 승패 마진에 손해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불펜 투수의 적재적소 사용과 대타 투입 역시 마찬가지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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