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메이저리그에서의 포수의 투수 리드 논란
포수의 볼 배합이 경기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가는 아직까지도 야구계의 논쟁거리입니다. 이러한 볼 배합을 포수의 ‘투수리드’라고 하며 많은 야구인들과 야구팬들이 이러한 투수 리드의 중요성을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도 포수의 투수 리드에 대하여 많은 논란이 있어 왔습니다. 2004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대표적인 수비형 포수인 마이크 매써니(Mike Matheny)를 3년간 900만 달러의 금액으로 FA 영입하였습니다. 이 영입은 많은 논란을 불러왔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이미 A.J. 피어진스키(A.J. Pierzynski)라는 수준급 포수를 주전으로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놀라운 사실은 피어진스키의 가장 안 좋았을 때의 타격 성적이, 매써니의 커리어 하이 시즌 타격 성적보다 좋았다는 것입니다.(물론 피어진스키의 2004년 타격 성적이 매우 좋지 않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자이언츠가 매써니를 영입한 결정적인 이유는 그들이 포수의 투수 리드를 믿기 때문이었습니다. 같은 투수가 던지더라도 포수가 달라지면 투수의 경기력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과연 매써니는 브렛 톰코(Brett Tomko)같은 평범한 투수를 그렉 매덕스로 만들 수 있을까요?
2. 포수가 경기에 미치는 영향
포수가 경기에 미치는 영향으로는 크게 10가지가 있습니다.
1) 상대편 타자를 분석하여 투수에게 상황에 맞는 피칭 요구.
2) 볼 판정에 영향을 미치는 프레이밍.
3) 투수를 편안하게 하여 최고의 투구를 이끌어 내는 능력.
4) 투수의 투구 템포를 조절하거나 마운드 방문 등을 통하여 경기를 이끌어 가는 능력.
5) 투수의 감정 상태를 게임에 최적인 상태로 유지시키는 능력.
6) 낮은 공을 블로킹하는 능력.
7) 벤치에서 나오는 복잡한 사인을 읽어 게임이 넘어가기 전에 유지시키는 능력.
8) 타자에게 말을 거는 등의 행위로 상대방 타자의 집중력을 흐리게 하여 안타를 기록할 확률을 낮추는 능력.
9) 사인과 어긋나는 공이 날아올 때에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받아내는 능력.
10) 도루하는 주자를 저지하는 능력.
위의 10가지 요소 중 포수가 게임에 독립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하나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든 요소가 투수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들입니다. 10)번은 투수와 상관없이 포수의 송구 능력만이 중요할 것 같지만, 실상은 투수의 퀵 모션 등 많은 요소들이 플레이에 개입하게 됩니다. 그리고 포수가 상황에 맞는 피칭을 투수에게 요구한다고 하더라도, 투수가 그러한 커맨드를 보유하고 있어야만 게임을 올바로 풀어나갈 수 있습니다.
3. 결국엔 투수의 능력이 더 중요하다
피어진스키는 결국 동료 브렛 톰코와의 불화설까지 더해지며 쫓겨나듯 시카고 화이트삭스로 떠나게 됩니다. 놀라운 사실은 피어진스키가 팀의 주전 포수로 2005년 시즌 바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뤘다는 것입니다. 2004년 4.29로 내셔널리그 16개 팀 중 10위였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팀 평균자책점은 2005년 4.33으로 내셔널리그 11위를 기록하며 오히려 악화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지표는 결국 팀 투수진의 성과는 포수의 리드 능력보다는 투수진의 제구와 구위, 그리고 커맨드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최근 키움 히어로즈의 홍원기 감독은 주전 포수인 박동원이 아닌 이지영을 선발 포수로 기용하는 횟수가 많습니다. 박동원이 지명 타자보다는 포수로 출전하는 것이 타격에 더 도움이 된다는 의견을 피력했음에도 불구하고, 홍원기 감독은 여전히 이지영을 1주일에 2.5번 이상 선발 포수로 출전시키고 있습니다. 물론 포수의 체력 안배가 중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지영은 스탯티즈 기준 wrc+가 48.2에 불과합니다.(2021년 8월 16일 현재 기준) 그야말로 최악의 타격 성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이지영을 지명타자로도 출전시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홍원기 감독은 이지영의 투수 리드가 결국 팀을 이끌어 간다고 믿고 있는 것일까요? 그렇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이지영의 경기 감각을 끌어 올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스탯티즈 wrc+ 141을 기록하고 있는 박동원을 주 4.5회 이상 포수로 선발 출장시키는 것이 팀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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